잉글리시 라벤더의 적응력

 

라벤더를 심은 토분을 파란 보비 트롤리 33 위에 올렸습니다. 트롤리를 창가 앞에 두고 창문을 활짝 열어보니 창밖에선 새가 또로롱 울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훅 불어 창을 넘어오면 라벤더는 가지를 부드럽게 흔들며 춤을 추고 바람이 창틀을 넘어 코끝에 닿을 때 실크 스카프같이 부드러운 향기가 느껴졌습니다.

신선하면서도 은은한 라벤더 향은 콘서트홀에서 듣는 현악기 4중주와 같아 그 향기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더 오래, 더 많이 마시고 싶은 욕심이 생겨 라벤더가 숲을 이룬 마당이 떠올랐습니다. 라벤더를 잔뜩 심어 향기를 풍성하게 즐기고 싶었습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라벤더는 크게 잉글리시 라벤더와 프렌치 라벤더로 나뉩니다. 잉글리시 라벤더의 향은 홍차처럼 조금 더 은은하고, 프렌치 라벤더는 사이다처럼 톡 쏘는 느낌이 있습니다. 저는 잉글리시 라벤더 향기가 더 좋아서 10개를 구입해 선큰 화단에 심었습니다. 화원에선 라벤더는 노지 월동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지만 최근엔 날씨가 워낙 변덕스러워 그냥 심어보기로 했습니다.

한 포트가 자라면 지름이 약 30센티미터 될 테니 화단에 듬성듬성 심었습니다. 단풍나무 잎이 떨어져 라벤더를 덮었고 겨울이 되고 라벤더 소식이 궁금했지만 자연의 일이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으니 기다렸습니다. 겨우내 쌓인 나뭇잎을 정리하다 초록색 새싹이 다시 솟아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10개 중 2개는 새 잎을 내밀며 새봄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식물도 적응의 시간을 갖습니다.

혹한기 식물 냉해 방지법

 

겨울이 되면 사람도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옷을 껴 입고, 바깥 활동을 줄이며, 뜨끈한 국물 요리를 먹는 것처럼 식물들도 에너지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합니다. 먼저 잎으로 가는 에너지를 차단합니다. 초록색 잎이 노란색으로, 빨간색으로 단풍이 들고, 낙엽으로 떨어집니다. 나무가 살아남기 위해 진화해 온 모습입니다. 식물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지나 임계점이 넘으면 살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바람의 흐르는 베란다나 발코니, 밤에는 난방이 되지 않는 상업시설 같은 곳에서 식물은 냉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으니 아래와 같은 조치가 필요합니다.

출입구와 먼 쪽으로, 바람이 흐르지 않는 곳으로 옮기기

 

출입구, 창문 쪽은 바람이 흐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물을 가장 안쪽 벽으로 옮겨주세요. 햇빛이 조금 부족해도 식물을 온도 변화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모자란 광량은 식물조명으로 도울 수 있습니다. 해가 들지 않는 실내에서도 용이하게 사용됩니다.

화분과 줄기에 옷을 입히기

 

뿌리와 줄기에 옷을 입혀 주세요. 찬바람이 바로 닿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화분 둘레를 볏짚이나 에어캡으로 싸 주어도 좋고, 흙 위엔 볏짚이나 낙엽을 올려 찬기에 바로 노출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화분과 줄기에 컬러풀한 니트를 입혀주면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오브제가 됩니다.

 

화분과 줄기 모두 감싸 주면 도움이 될 거예요. 구입해도 좋지만 입지 않는 니트를 활용해도 좋습니다. 작은 화분이라면 양말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양말의 발 부분을 잘라 발목 부분만 사용하면 물 주기에도 편리합니다.

겨울엔 잎을 말리 듯 물 주기

 

겨울엔 물 주기의 주기를 늘려주세요. 정말 잊을 만하게 한 번씩 주어도 좋습니다. 흙에 물을 줄 땐 드립 커피를 내리듯 물뿌리개를 돌려가며 주는 게 가장 좋습니다. 흙이 물을 머금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날씨가 추울 땐 식물 체내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비료를 주는 것은 금물입니다.

냉해를 입은 식물 살리는 법

 

식물 상태가 나빠지고 잎이 떨어지며 가지와 줄기 색이 달라지면 차가운 온도 때문에 냉해를 입은 것입니다. 가지가 손상되어도 본 줄기는 살아 있는 경우가 있으니 너무 당황하지도, 욕심부리지도 않고 봄이 될 때까지 기다려 보세요. 뿌리가 살아 있다면 새로 가지를 틔워 올립니다.

 

작고 여린 식물이 있는 힘껏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모든 생명체는 안간힘을 다해 노력하는 거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새 잎을 틔워 올리는 식물에게 인생을 배웁니다. 그곳이 어디든 우린 식물과 함께 살 수 있습니다.

2022년 래미안 홈페이지에서 식물 이야기로 소통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글, 사진 제공: 초록생활_정재경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