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부분이 바로 주거 공간입니다. 2021년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 공간의 종류는 아파트를 포함하여 단독주택, 다가구, 다세대까지 수많은 방식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주거 종류와는 다르게 내부를 들여다보면 모두 비슷한 공간 배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 대해 떠올리면, 현관을 들어가면 거실이 나오고 거실에서 각각의 방과 부수적인 시설로 통하는 문이 연결 되어있는 모습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만큼 주거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공간의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합니다.

1990년대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아파트의 평면은 여러 다가구, 다세대에 영향을 끼쳤으며 단독주택들 까지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 영향은 점점 빨라지는 도시의 속도와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아파트의 편리함과 잘 맞아 떨어졌으며 그러한 부분이 나머지 다른 대한민국 주거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아파트의 평면의 구성은 왜 거실 중심형이 되었을까?

혹자는 한국의 아파트의 평면이 한옥에서 시작되었고 거실의 개념이 한옥의 중정일 것이라는 논리도 있지만 한국적 생활방식에서 온 영향 일부, 그리고 경제적인 시각으로 보았을 때 현관에서 진입하여 좁은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 복도나 자투리 공간을 없앤 지금의 거실중심의 공간배치의 일부가 혼합되면서 가장 합리적인 평면의 구성을 띄게 된 것입니다. 

주거공간에 있어 오랜 시간동안 거실 중심형 평면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이유는 도시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획일화되었고, 그것을 토대로 가장 효율적으로 공간을 배치하려 노력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공간의 다양화를 생각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대중성을 가지고 있었고 충분한 만족감도 주었기에 많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아파트라는 주거 방식을 선호하게 된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거 공간도 변화를 겪고 있다.

사람들의 생활방식이나 여건들이 다양하게 변화되면서 여러 시선으로 공간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파트를 예로 들면, 예전엔 그냥 드레스룸으로 사용되던 공간이 알파룸으로 사용되거나, 발코니의 확장을 통한 실내공간을 확보하여 통합적인 용도로 거실을 사용하고, 발코니공간을 그대로 활용해 다른 또 하나의 실을 만들어 독립된 공간을 만드는 등의 소소한 변화들이 일어났습니다. 또한 업무공간과 주거공간이 완벽히 분리되었던 예전과는 다르게, 다양한 통신수단의 활용과 비대면 업무가 활성화되었고, 업무공간과 주거가 한공간에 혼재되기 이르렀으며, 이러한 현상은 집 내부에서 거주자가 간단한 소품이나 가구를 이용해 공간을 분리하고 영역의 구분을 지어 사용하는 등의 변화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구성원의 변화가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있다.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집을 공유하는 인원이 줄어들면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유휴공간들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집 내부에서 여가와 취미를 즐기는 공간을 따로 만들어 활용하기도 하고, 주방과 식당, 거실과 서재를 통합적으로 사용하며 테이블과 의자, 책장 등을 한 공간에 놓고 사용하는 경우들도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이런 공간들은 집에 있어 가변적인 공간으로, 공간의 활용폭을 크게 넓혔다 볼 수 있습니다. 

예전 시골집의 대청마루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갑자기 대청마루 이야기가 뜬금없을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주거에서 가변적 공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시골집의 대청마루는, 밥을 먹을 때는 식당 공간으로 쓰였다가 쉴 때는 거실로, 제사를 지낼 때는 제실로, 다양한 행위들을 공유하고 여러가지 용도로 쓰였음을 기억해 보면, 현 시대에 우리가 거주하는 공간에 더 많은 잠재력이 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거실을 비롯해 구획되지 않은 공간은 대청마루처럼 다용도로 사용될 수 있으나, 계절을 타지 않고 날씨 영향이 없으며 누군가에게 노출되지도 않으니 훨씬 더 복합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공간의 다양한 활용방법이 물리적인 변화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해줍니다.

우리는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늘 당장 집에 들어가서 거실에서 눈을 감고 생각해보자. 

이곳이 꼭 거실이어야 하는가…

거실이라는 공간은 무엇을 하는 공간인가… 

주방과 거실은 공존이 가능한가… 

사방이 막혀 있는 큰 방은 거실이 될 수 없는 것인가… 

열린 공간은 방의 용도로 적합하지 않은 것인가… 

공간은 쓰는 사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 또는 가족이 필요로 하는 공간들의 형태들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항상 똑같이 생각했던 공간들의 이름이 바뀔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공간도 쓰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변화될 수 있고, 그것이 큰 물리적인 변화를 거치지 않아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신이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는지, 휴일에는 어떻게 집에서 지내고 있는지, 평일에 가장 쓰임이 많은 공간은 어디인지, 더 작아져도 되는 공간은 어디인지, 내가 안정감을 느끼는 공간의 너비는 어느 정도인지 등, 자신에게 있어 구체적인 공간의 취향을 파악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마도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을 어떻게 대하고 있었는지 새삼 새롭게 느껴질 것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쓰는 방식대로 공간은 정의된다. 

우리는 인테리어를 변화시키는 것 이외로 생각의 변화만으로도 같은 공간안에서 여러가지의 쓰임새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공간적인 취향을 파악하고 그것을 반영해간다면 다른 이들과 같은 형태의 공간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소크라테스가 있었다면,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너 자신의 취향을 알라”

※ 글, 사진 제공: 포머티브 건축_고영성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