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보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

"이모 한국 날씨가 너무 추워요!!"

"추으니깐 집에서 가만있어야지~"

"그래도 집은 답답해요. 뛰지도 못하고...."

방학이면 일본에 사는 조카가 한국을 방문하여 저랑 놀겠다고 집에 찾아오는데요
갑갑한 집에서 지내는 건 싫어하는 녀석이라 함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곤 해요.
아이의 속도에 맞추다 보니 저도 자연스레 얇은 동화책을 읽게 되는데,

동화 속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는 글들을 다시금 만나보면
그 어떤 향수와 함께 사색의 시간을 갖게 된답니다

"이모도 책 좋아해요?"

"책? 그럼.. 이모도 어릴 적엔 책 많이 읽었지"

생각해보니 어릴 적 그렇게 많이 읽었던 책을 어른이 되면서 멀리하는 이유가 뭔지…
바쁘다는 핑계에 더해 늘상 스마트폰을 가까이하다 보니 책 한 줄 읽기가 힘들어졌지만
조카 덕분에 동화책을 읽으며 감성 모드를 자극하고 있어요

 
(꽃들에게 희망을 / 저자 트리나 폴러스)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담임 선생님이  추천해준 '꽃들에게 희망을'

"너는 아름다운 나비가 될 수 있어.
우리는 모두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처음 태어난 줄무늬 애벌레는 혼자서 먹이를 먹던 중
자신과 닮은 애벌레들이 어디론가 열심히 기어가는 모습을 보고 이를 따라갑니다.

정상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 채 남들이 오르기에 열심히 따라 올랐던
수많은 애벌레들 중 일부는 꼭대기에 오르지도 못한 채 떨어져 죽기도 하고,
욕망으로 가득 차 다른 애벌레를 무참히 밟고 올라간 줄무늬 애벌레는 정상에 오른 순간 허무함에 몸서리치기도 하였지요.

다른 방법을 통해 무언가를 찾으려 한 노랑 애벌레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긴 시간을 기다린 결과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날아오릅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남과 다른 선택,
그리고 희망을 잃지 않고 기다리는 용기가 필요했지요

다시금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흘러도 계속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자양분은
아마도 ‘희망’ 이 아니었나 싶어요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 케이트 디카밀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보며 알게 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도자기로 만들어진 몸처럼 마음까지 차가운 토끼 인형
사랑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도도한 토끼 인형 에드워드 툴레인은
손녀딸의 생일에 맞춰서 할머니가 고향 프랑스에서 주문 제작한 인형이었어요.

"옛날에 아주 아름다운 공주가 있었어. 달도 없는 깜깜한 밤에 뜬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공주였지

하지만 공주가 아름답건 아름답지 않건 무슨 상관이 있겠니?
아무 상관도 없었어?"

토끼 인형 에드워드는 여행 중 바다에 빠진 이후 새로운 주인을 만날 때마다 이름이 바뀌는데요.
바닷가 노부부의 인형이 되었다가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지기도 하고,
거리의 부랑자 & 그의 개와 함께 지내기도 하는 등 다사다난한 여정을 거치게 됩니다

늘 당연시했던, 자신에 대한 사랑이 항상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자신을 둘러싼 작은 것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고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연 에드워드.

"마음을 열어, 누군가 올 거야. 누군가 널 위해 올 거라고.
하지만 먼저 네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해"

여행의 끝에 가족들과 다시 만난 순간,
에드워드를 가장 먼저 사랑했던 소녀는 엄마가 되어 있었고
엄마가 된 소녀와 그녀의 딸은 ‘신기한 여행’을 다녀온
에드워드를 따스한 애정으로 보듬어 안아줍니다.

자신만을 사랑했던 에드워드가 여행 중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상처도 받고, 힘든 일을 겪으며 비로소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아름답고 따뜻한 대사들로 가득 채운, 어른이 된 후 읽었을 때
더욱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동화책이에요

 
(길모퉁이 행복돼지/ 김종렬)

가끔 요행을 바라거나 욕심이 많아질 때 생각나는  '길모퉁이 행운 돼지'

이 고쳐 치과, 깨끗해 세탁소, 다잡아 경찰관, 조용해 선생님, 아름다워 미용실,
걸어도 걸어도 닳지 않는 구두, 아무리 피워도 몸에 해롭지 않은 담배 파이프…

어느 날 진달래 마을에 행운을 준다는 새로운 가게가 생겼어요.
처음엔 사람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하루에 10명만 신비한 물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라는 안내장이 붙자 줄을 서서 가게 문이 열리길 기다리게 되고,
가게에 들어간 사람들이 행운이 깃든 항아리를 얻게 됩니다

"우리는 부자야, 부자라고!!"

무엇이든 두 배로 뻥튀기해주는 마법의 항아리를 쓸 때마다 사람들이 돼지로 변해갑니다.
행운을 준 물건을, 사용한 사람이 직접 없애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욕심을 채우며 돼지로 남는 걸 보면 사람의 욕심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돈의 가치만 찾는 어른들의 모습이 참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나라면, 나였다면 과연 멈출 수 있었을까?

어른이 되어감에 따라 물질에, 세속에 종속되고 있음을 느낀다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두껍지 않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동화지만 공감과 감동을 주는 글들이 많아서 여운이 길게 남는 듯 하네요.

딱딱하게 굳어 버린 마음에 반성의 시간, 감동의 시간,
누군가를 배려하는 시간을 갖게 하여 훈훈한 감성 모드를
‘On’ 시켜주고, 세월이 흐름에 따라 무심코 지나치던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동화책~!

아이들만큼 우리도 동화책 자주 많이 읽고 더욱 멋진 어른이 되어 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