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렌시아는 스페인어로 피난처, 안식처를 의미합니다.
투우장에서 소와 투우사가 마지막 대결을 앞둔 긴박한 그 시간에 투우소가 마지막 숨을 고르기 위해 쉬는 공간을 뜻하며,
그 시간 동안에는 절대 공격하거나 시간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자신만의 휴식처를 찾는 현상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집에서 나만의 케렌시아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케렌시아를 만들고 싶을 때 어떤 큰 공간, 룸이나 집 이런 것들을 생각하는데 사실 케렌시아는 더 작은 공간에서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유난히 푹 꺼진 소파의 한 부분은, 퇴근 후 매일 그곳에 몸을 누이는 아버지의 케렌시아입니다.
식탁에 둘러 식사를 할 때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내 자리인 양 항상 앉는 의자도 어찌 보면 나의 케렌시아 공간일 수 있습니다. 

보통 집에 있는 방의 개수에서 침실과 아이들 방을 빼고 나면 나만의 공간을 갖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 가족이 다 같이 사용하는 공간에서도 나만의 의자, 나만의 케렌시아를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안락한 의자 속에서 잠시 무얼 하든 편안함을 느낀다면 가장 좋은 케렌시아일 것입니다.

발코니나 집안의 데드스페이스로 보이는 공간에 잠시 쉴 공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이처럼 독립된 공간은 나만의 온전한 시간을 갖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동형 조명이나 테이블 스피커를 가져다 두면,
오로지 쉼에 집중할 수 있는 훌륭한 공간으로 연출이 가능합니다. 

어른처럼 아이들도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한데요.
아이 방 한쪽 공간을 활용해 잠시 앉아서 놀거나 아늑하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면 좋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작은 벽장이나 화장실을 개조해서 작은 공간을 만들어주면 좋습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고 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공간 개조가 어렵다면 2층 침대의 하단이나 상단을 활용해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사실, 케렌시아는 작고 푹신한 방석과 쿠션만 있어도 얼마든지 연출할 수 있습니다. 

부부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인 안방이나, 아이들이 같이 사용하는 곳은 가구로 공간을 분리해 작은 서재로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아도 작업공간으로 꾸밀 수 있기 때문에 요즘 많이 선호하는 인테리어 방법이기도 합니다.

집안에 룸이 더 있다면 가족실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멀티공간은 가족 구성원이 다같이 편안하게 쉬는 공간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때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좋은 공간이 되어 줍니다.

요즘은 운동 공간, 영화나 음악 감상과 같이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공간에 대한 개인의 취향과 감성을 담고자 하는 열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멀티공간을 만들어 나만의 향기를 담은 공간을 만들어보세요. 

우리가 가장 편안하다고 느끼는 공간은 집이지만,
그 안에서도 나만의 독립공간이자 휴식처가 되는 ‘케렌시아’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잠시라도 온전한 쉼을 얻는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 글, 사진 제공 :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달앤스타일_박지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