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늦여름까진 창문 밖으로, 현관문을 열고 나갈 때마다, 달리기를 할 때마다 풀과 나무로 뒤덮인 산과 들을 만났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벚나무, 은사시 나무, 버드나무, 물푸레나무를 보며 어느새 초록색이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요즘 밤의 기온이 섭씨 한 자릿수로 내려가며 나뭇잎에서 물기가 마르는 것이 느껴집니다. 물론 가을도 숨이 턱 막히게 아름다운 매력이 있습니다. 루비보다 빛나는 새빨간 화살나무나 골드 바보다 눈 부신 샛노란 은행잎처럼 단풍 든 나무들입니다. 가끔 하절기의 끓어오르는 듯한 초록의 생명력이 그리워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베란다에 눈길이 갑니다. 여전히 푸릇푸릇 한 생기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베란다에서 월동 가능한 식물

저희 집 베란다엔 열대 식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온대 기후인데 열대 식물이 자란다고 하니 이상하게 느껴지시죠? 열대 기후는 가장 추운 달의 월평균 기온이 18도 이상인 기후를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온대 기후지만 밀폐가 잘 되는 새시가 시공된 래미안 아파트 등 남향 베란다는 열대기후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어떤 식물이 있는지 알려드릴게요.

베란다에서 식물을 연출할 때 키가 1미터쯤 되는 아레카 야자를 3단 트레이 맨 위에 올려 공간의 표정을 풍성하게 연출하고, 두 번째 단엔 극락조를 올렸습니다. 세 번째 단은 회색 물뿌리개 자리입니다. 그 옆엔 녹색 철제 선반 위엔 인도 고무나무와 휘커스 움베라타 화분을 올렸습니다. 인도 고무나무는 지하 공간에선 죽었나 살았나 궁금할 만큼 성장이 더뎠는데, 이사 후 남향 베란다로 옮긴 다음엔 키가 부쩍 자라 1.5배쯤 되었어요.

그 옆엔 도자기 화분에 심은 해피 트리가 있어요. 세상을 떠난 줄 알고 마당에 내 두었는데, 마음이 쓰여 차마 정리하지 못하는 동안 비를 몇 번 맞았고, 극적으로 새 잎을 틔우는 드라마를 보여주었던 나무예요. 위기를 넘긴 나무는 더 강해져 베란다에서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식물을 다루는 실내 가드닝에선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남향 베란다에선 모든 열대식물이 100% 겨울을 날 수 있다'라고 일반화하긴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이렇게 겨울을 잘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내에서 키워야하는 식물

우아한 잎의 무늬가 아름다운 칼라데아 오르비폴리아는 손바닥만 한 큰 잎으로 실내의 미세먼지를 정화시켜주는 기특한 식물입니다. 열대우림에서 태어나 큰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자란 식물이라 빛이 잘 들지 않는 실내에서도 건강히 자랍니다. 직사광선의 빛을 받으면 잎이 마르고 타들어 갈 수 있기 때문에 꼭 은은한 빛이 드는 곳에 놔두어야 합니다. 몬스테라도 온실에서 재배하는 식물로 온도를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실내에서 키워야 하는 식물 중 하나입니다.

실내에서 키우면 좋은 점

베란다에서 월동이 가능하다고 해도 실내 공간으로 옮겨 키우는 것도 좋습니다. 겨울엔 실내 활동 시간이 길어지고 미세먼지 농도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식물이 실내 오염물질과 미세먼지를 제거할 뿐만 아니라 식물이 뿜어내는 좋은 물질들 산소, 음이온, 피톤치드, 뇌 속 알파파 증가, 흙 속 미생물을 향유할 수 있습니다. 식물과 함께 사는 초록생활은 몸과 마음과 생각의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식물이 위로가 될 때>에서 저자 케이티 쿠퍼는 ‘오늘날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정신 건강 문제는 인간과 자연의 분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라고 묻습니다. 식물을 가까이하고 지켜보는 동안 우린 자연과 가까워진 느낌을 갖게 되고, 정신도 건강해집니다.

겨울 베란다 가드닝, 이것만 기억해 두세요!

1. 유리창에 식물이 바로 닿지 않도록 해 주세요.

겨울에 유리창에 손을 얹어 보면 생각보다 차갑게 느껴집니다. 유리창에 식물의 잎이나 줄기가 닿으면 식물의 온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잎과 줄기가 창에 바로 닿지 않게 유리창과 식물 사이에 공기가 지나는 공간을 만들어 주세요. 견디는 힘이 강해집니다.

2. 물 온도를 체크해 주세요.

우리나라의 겨울 최저 온도는 영하 20도보다 낮습니다. 베란다 호스 속 물이 얼기도 하는데, 그 물을 그대로 식물에게 주면 동해를 입습니다. 식물은 임계점까지는 견딜 수 있지만 한계를 넘으면 생명이 꺼지고, 꺼진 생명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3. 따뜻한 낮에 물을 주세요.

겨울철엔 식물도 광합성을 줄이고 휴면 상태에 들어갑니다. 동절기엔 식물에게 물을 자주 줄 필요는 없기 때문에 겨울철 바람이 없는 실내 가드닝에선 한 달에 한 번 정도 주어도 무방합니다. 물을 줄 땐 햇빛이 가득해 온도가 올라갈 때 주세요. 물을 마시기도 좋고, 광합성에도 도움이 됩니다.

※ 글, 사진 제공: 초록생활_정재경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