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사진 제공: 스페이스 디렉터/MBC 구해줘홈즈 조희선 소장 

팬데믹, 그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다

코로나는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가져갔지만 확실하게 선사한 것이 있다. 바로 집 안에서의 삶이다.
일도, 놀이도, 만남도 집안에서 해결하는 몇 년 동안 집은 우리에게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이 아니라 멀티플렉스가 되어주었다.
마스크를 벗고 2023년의 봄을 맞은 지금, 인테리어 트렌드가 더욱 뜨거워진 이유다. 

집의 진화, 멀티플렉스 홈

 

홈 카페, 홈 짐, 홈 오피스 등 다양한 기능이 접목된 멀티플렉스 주거공간의 탄생은 기념할 만하다.
#카페같은주방, #호텔같은침실, #베란다홈캠핑 등 sns의 인기 해시태그만 봐도 알 수 있듯이 2023년의 집은 더 다양한 역할을 창의적으로 디자인하고 있다. 

 

집이라는 것이 먹고, 자고, 쉬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기능을 갖춘 삶의 중심축으로 변화하면서
집의 레이아웃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된 것은 어찌보면 필연적인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TV 맞은편에 소파가 놓여진 단조로운 거실이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가능한 서재나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도서관이 되어준다거나
빔 프로젝터를 활용한 홈 시네마로 변신하는 것은 가족 구성원과 취향에 맞춰 용도가 다양하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방은 주부만의 노동 공간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의 만남을 원활하게 해주는 대면형 구조로 착실하게 변화하고 있고,
새롭게 등장한 알파룸은 방이 아닌, 취미생활이나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되고 있다. 

취향 부자 맥시멀리스트가 뜬다 

 

내가 머무는 공간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나의 취향을 반영해 주는 곳이다.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 라는 말이 한동안 화두였다면
요즘은 ‘당신의 공간이 바로 당신이다’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집, 내가 머무는 공간이 더 중요해졌다.

이렇게 집안에서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하면서 한동안 각광받던 미니멀 라이프는 주춤해지고, 공간의 유연성과 확장성에 맞추기 위해 필연적으로 맥시멀 라이프가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새롭게 대두되는 맥시멀리즘이 단순히 뭐든 많이 ‘소유’한다는 의미보다는 다양성 혹은 개성을 나타내는 의미라는 점이다. 집 전체에 내가 좋아하는 컬러를 가득 담을 수도 있고, 혹은 내가 좋아하는 식물을 가득 채울 수도 있다. 그릇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각 벽면을 내가 좋아하는 그릇으로 꾸미기도 한다. 트렌드, 혹은 유행이 있다고 해서 단순히 그 한 가지 스타일만을 좆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취향을 집 안 곳곳에 아낌없이, 지나칠 정도로 강조하는 것은 개인의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세대의 가치관과도 잘 어우러져 밸런스를 찾아가고 있다. 집의 스타일을 만드는 일은 나는 물론 내 가족의 취향을 발견하고 다듬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진정한 취향 부자, 맥시멀리스트가 되어 좋아하는 공간 속에서 더욱 풍요롭게 살고 싶다면 집과 나 사이의 간극을 없애고 삶을 어떻게 누릴지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변화하는 집, 유연한 가구에 주목 

 

 

인테리어 분야는 투자 비용도 많이 들고 옷이나 소품처럼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변화가 적고 유행이 오래 가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공간을 대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많이 달라졌고,
덕분에 디자인 현장 역시 이전과 비교해서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공간이나 가구 모두 가변성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집을 지을 때부터 공간의 모양, 기능 등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고
그 집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자유롭게 변화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래미안의 경우 규격화된 아파트의 디자인을 따르지 않고
공간 옵션부터 내장재 옵션까지 점점 다양하고 세분화하는 것이
바로 이런 트렌드에 맞춘 변화라 할 수 있다.
내가 설계해서 만든 주택 못지않게, 분양 받는 아파트가 지닌 한계와 정형성은 점점 사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얼마 전 막을 내린 2023 리빙 디자인 페어에서도
다양한 모듈 가구와 이동이 간편한 접이식 의자 등이 큰 눈길을 끌었는데
소재, 디자인, 컬러 모두 쓰는 사람이 결정하는 스타일이 돋보였다.

가구 하나도 다양하게 조립하거나 모양을 달리하고, 기능을 달리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 대세인 것이다.
빈 공간에 사이즈를 맞춰 가구를 구입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용도를 정하고 사이즈, 서랍의 유무, 컬러 선택까지 다양하게 고를 수 있으니
그 집에 사는 사람은 하나의 가구를 필요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면서 더 지속가능한 활용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미드센추리 모던, 컬러감을 더하다

 

유동적이고 확장가능한 공간과 가구에 발맞춰 인테리어 스타일은 미드센추리 모던이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다.
미드 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이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40~1960년대,
새로운 기술의 유입과 빠른 도시화로 디자인 운동이 꽃 피던 시기를 말한다.
임스 체어로 유명한 ‘찰스 & 레이 임스’부터 ‘한스 베그너’, ‘장 프루베’ 등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제품을 만들어낸 디자인 거장들이 활동하던 시대인 만큼
현대 디자인의 정점, 디자인 가구의 황금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시기에는 주로 강철, 합판, 유리 등 산업용 소재에 단순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것이 특징인데
여기서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공간에 포인트를 주는 강렬한 컬러감이다.
각각의 소재에 옐로우, 그린, 레드 등 다채로운 원색 컬러를 섞어 디자인 선택의 폭이 한층 더 확장된 느낌이다.  

‘나의 집’을 만들기 위해

  

  

집 전체를 리모델링하지 않더라도 트렌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가장 포인트를 주고 싶은 공간을 고른 후 핵심 요소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은 방법.
작게는 아르떼미떼의 네시노 램프 같은 포인트 조명 하나로 주방이나 거실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할 수도 있고,
크게는 컬러풀한 모듈형 가구인 보쎄의 제품으로 거실 벽 하나를 마무리해 볼 수도 있다.

공간을 마음대로 옮길 수 있고, 조합을 변경할 수 있는 가구나 소품을 활용한다면
포인트 벽지 하나만 붙이는 것보다 훨씬 더 감각적으로 공간에 리듬감을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 인테리어도 계속 변화하고 발전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늘 다시 찾게 되는 것은 다름아닌 ‘클래식’이다.
시기에 따라 아름답다고 느끼고 세련되었다고 느끼는 것에 소소한 차이는 있지만
‘편안하고, 견고하고, 아름다운’ 것을 찾는 인테리어의 기본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 범위 내에서 인테리어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다양한 스타일로 변주될 것이다.
수많은 스타일과 유행 속에서 당신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게 느껴지는 것을 찾는 것.
그래서 나만의 취향을 찾는 일은 당신의 삶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글, 사진 제공: 스페이스 디렉터/MBC 구해줘홈즈 조희선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