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사진 제공: 건축조명과 조명인테리어 전문가 차인호 교수

유튜브 <차인호 교수의 건축조명설계사무소>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분다.

지구 온난화, 이상기후로 유난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그 더위가 물러가면서 집안을 다시 돌아볼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인테리어를 한다면 지금, 이 때가 최적이리라.

필자는 건축조명 전문가이기 이전에 공간계획의 전문설계자이기도 하다.

조명을 중심으로 공간을 기획하면 보다 완성도 높은 공간을 체계적으로 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에

"조명인테리어" 라는 신개념의 공간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공간인상(이미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조명을 고민한다는 것은 벽지 타일과 같은 마감재나 가구는 물론이고

공간 완성도를 높이는데 한층 더 심사숙고해야 하기에 체계적인 조명계획은
질적으로 수준 높은 주거공간을 연출하는데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항목이다.

아울러 마감재나 가구의 구성을 조명계획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조명인테리어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업병인지 영화를 볼 때도 빛의 공간이 주는 인상으로 아름다운 미장센을 분석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번 원고는 그 일부의 내용이다.

한국의 백색 인테리어

조명은 공간을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간을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만 설계된 공간은 설계를 위한 다른 요인들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다루어지니

조명의 퀄리티도 낮아지고 조명과 어우러지는 다른 공간 구성도 엉성하게 되어 공간의 완성도는 낮아지게 된다.

<차인호 공간조명연구소>의 설계, 시공감리현장

한국의 주거공간 인테리어는 화이트 앤드 우드, 올 화이트, 블랙 앤드 우드로 대표되는

거의 백색의 공간을 중심으로 설계되는 사례가 많다.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양산화하기 쉬운 인테리어 방식으로

비전문가도 손쉽게 깔끔하고 정갈한 공간인상을 줄 수 있다는 장점으로 건축주나 설계 시공사도 선호하는 인테리어 양식이다.

공간은 시대상을 담고 있다.

영화 속 실내공간도 그러한 면을 그리고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한국의 현재 주거공간은 온통 백색 일색이다.

이에 대한 옳고 그름, 좋다 나쁘다는 판단은 내려놓고 백색 공간 외에도 다양한 실내 공간연출이 가능하기에

이제는 사용자 입장에서 보다 다채로운 선택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며

그래서 건축주의 눈과 사고가 깨어 있을 수 있도록 기존에 생각지 않았던 다양한 시선에서 공간을 바라볼 수 있도록

우리의 현실에서 현재 상황보다 더 나은 것은 없는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여기 독자들도 평소 영화를 보며 무심코 지나쳤을 장면들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리고

보다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화 속 장면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선정한 영화에 따라 시대적으로도 다양한 공간이 있지만 20세기에서 현재까지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 중에서

시대적 공간의 고증이 살아있는 작품으로만 선정하여 소개한다.

다양하고 과감하지만 섬세한 마감재 컬러

영화, 로즈아일랜드 공화국 2020 (이탈리아)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2014 (독일, 영국)

국내 건축주와 조명인테리어를 진행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이미 백색 마감재에만 익숙하여

이 글에서 소개하고 있는 영화 장면과 같은 공간적, 문화적 체험이 거의 없는 분들을 새로운 방식의 공간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조명인테리어의 특성으로 다양한 전문배과 기반의 설계를 하다 보니 기존의 1실1등 방식의 조명이나

기존의 백색 마감재로만 설계를 진행하면 단조롭고 획일적인 공간으로 완성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2014 (독일, 영국)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백색으로만 인테리어 하지 않더라도, 인테리어에 색을 사용하더라도 절대 큰 일(?) 나지 않는다.

전문가와 함께 라면 아무 문제없으니 용기 내어 다양한 마감재 컬러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단, 조명인테리어 전문가와 함께 충분히 상담하며 진행하시기 바란다.

백색 인테리어 보다는 조명과 마감재 특성 등 고민할 분석요인이 몇 배로 늘어나면서 설계나 시공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실내와 실외 장면을 비교하더라도 외부환경의 컬러가 내부환경의 색감과

확산광 중심의 조명에도 서로 영향을 주게 되므로 외부와 내부도 함께 조명과 소재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한국의 실내공간에 다양한 색채의 부족함을 보완하고자 국내 가전업체들이 출시하고 있는 다양한 비스포크,

맞춤형 컬러나 디자인 제품들로 많은 선택지가 늘어났지만 정작 공간에서는 흰색만 고집하는 경우가 아직 많아

사용자 스스로 더욱 다양한 컬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주 보게 된다.

보다 적극적으로 기왕 출시된 다양한 컬러들을 활용하려면 사용자도 좀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더욱 세련된 공간을 연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양한 벽지에 도전

영화, 몽상가들 2005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 2019 (스페인, 이탈리아)

필자의 <차인호 공간조명연구소>가 설계하는 국내 주거공간의 조명인테리어 현장은

늘 마감재 선정에 특히 많은 시간을 기울이고 있다.

컴퓨터 디스플레이 화면에서 CG로 검토해서는 도저히 섬세한 빛의 표현을 알 수 없기에

벽지와 페인트 샘플을 실제 조명조건과 자연광 환경에서 수차례 테스트하면서 선정하고 있다.

유럽제품을 적용해달라고 요청하는 건축주의 경우 유럽기준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현지 공간조건에 맞추어 생산되기에

국내 공간환경에 맞추기 위해서는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값비싼 제품을 적용하는 만큼 보다 신중하게 검토할 부분이 많다.

조명의 배광도 유럽 현지의 사용자 환경을 고려하여 벽지 문양의 색채와 크기도 결정되기에

무턱대고 국내 현장에 적용하다가는 큰 실수를 하기 쉽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은 백색공간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포인트, 그 반대는?

영화, 디셉션 2022 (프랑스)

영화, 스카페이스 1984 (미국)

"벽과 천장 모두 화이트로 하고요. 좀 튀는 컬러로 소파나 가구 같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고 싶어요."

국내 클라이언트와 초기 미팅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이다.

국내 인테리어 환경에서 가장 편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인테리어 방식이다.

하지만 공간을 구성하는 조명인테리어는 매우 다양한 해법이 가능하다.

특히 조명까지 체계적으로 한다면 고려할 사항이 몇 배로 늘어나니 설계난이도는 높아지지만 다양한 설계가 가능해지면서

보다 풍성한 공간의 표정을 연출할 수 있게 된다.

그 사례로 위의 두 영화를 보면 한국의 일반적인 사항과 반대이다.

포인트가 되는 컬러로 벽과 천장을 마감하고 흰색 문과 가구,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대비를 주어 경쾌하고 새련된 느낌을 준다.

미국의 쿠바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스카페이스(Scarface 1984)에서도 같은 연출 방식의 조명인테리어를 볼 수 있다.

다양한 스탠드 조명 쉐이드의 역할

영화, 디셉션 2022 (프랑스)

넷플릭스 시리즈, 할리우드 2022 (미국)

필자의 책이나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스탠드 조명만으로 충분히 공간을 쾌적하게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해왔다.

여러 차례 강의나 책에서 강조했지만 공간의 색감은 마감재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조명의 빛과 마감재가 함께 어우러져 공간의 인상(이미지)을 연출하게 된다.

가장 쉬운 사례가 바로 위의 영화 두 편에 나오는 장면이다.

다양한 스탠드로 조성된 빛의 공간에 쉐이드의 컬러가 공간의 마감재와 만나 오묘하고 섬세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처럼 공간의 부드러운 빛의 색감을 연출하기 위해 쉐이드의 컬러와 소재감은 중요하다.

현재 한국처럼 백색 오면체 공간을 선호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조명 쉐이드의 소재와 컬러 선택에 신중함이 필요하다.

그 결과로 백색 공간이 만들어내는 다소 차갑고 높은 긴장도의 인상을 누그러뜨려

보다 쾌적하고 편안한 공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이라서 선진국이라서'라는 식의 막연한 이국적 이미지에 대한 단순한 동경과 무분별한 유행처럼

해외 디자인 사례를 무조건 수용할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에서 해외와는 다른 공간의 상황과 문화적 괴리감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로서 가까운 과거에 그로 인한 현장의 폐해를 많이 보아왔기에 더욱 경계하고 있다.

필자 스스로도 귀국 초기에 해외에서 전문건축조명을 공부하고 일 해왔다는 얄팍한 우월감에

해외 조명사례를 무리하게 국내에 도입하려 했었던 어리석음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

그래서 한국적 공간 상황과 문화적 인식에 맞는 주거와 상업공간의 조명인테리어 설계에 대한 방향성을

오래도록 고민하며 선진조명설계 기술을 접목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을 우리 식으로 수용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자료와 출처

- 차인호 공간조명연구소 Annual Report

- 상업공간 건축조명, 차인호 지음, 이담북스

- 조명디자인: 공간과 인간을 위한 빛의 대안, 차인호 지음,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 주거공간 조명디자인과 시뮬레이션, 차인호 지음,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 유튜브 채널 <차인호 교수의 건축조명설계사무소>

- 참고한 영화: 클로드 마담, 누구나 아는 비밀, 샤넬 코코, 디셉션, 몽상가들, 스펜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스카페이스, 생로랑,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 콜디스트 게임

※ 글, 사진 제공: 건축조명과 조명인테리어 전문가 차인호 교수

유튜브 <차인호 교수의 건축조명설계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