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학창시절 또는 사회초년생 시절, 공간박스라고 불리는 네모난 나무상자를 쌓아서 책장이나 수납공간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이 공간박스는 저렴하면서도 꽤 튼튼하고 조립이 쉬워 많은 사람들이 즐겨 사용했던 수납공간입니다.

대학생 시절에 건축전시회를 많이 보러 다녔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전시회에서 아주 큰 모형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자세히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 모형은 다른 모형들과 다르게 얼굴 크기만큼 뚫려진 구멍으로 목을 넣어 감상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감상을 하기위해 목을 넣는 순간 눈과 목의 피부가 따갑고, 숨쉬기가 어려웠습니다. 당시에는 그 이유를 잘 몰랐었지만 그 전시 모형을 만든 재료가 서두에 말했던 공간박스와 같은 재질의 재료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피부가 따갑고 호흡이 어려웠던 반응이, 전시물의 소재와 착색을 했던 도료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추측만 했습니다. 그 재료가 바로 오늘의 말씀드릴 MDF라는 소재입니다.

MDF는 지금도 건축자재와 가구재료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이 재료는 나무의 섬유질을 추출하여 접착제와 섞어 열과 압력으로 가공하여 만든 것인데, 쓰이는 것에 따라 superE0, E0, E1, E2의 4가지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하위 등급으로 갈수록 포름알데히드 함량이 많아지고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데, 항상 MDF와 관련된 건축자재나 가구들은 등급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전엔 친환경 자재에 대한 개념이 많지 않았던 때라 피부과 호흡기를 아프게 했던 전시회나 학생들이 사용하는 곳엔 저렴한 MDF를 썼던 것입니다. MDF 4개의 등급 중에 superE0, E0 등급은 친환경자재로 구분되어집니다. 사람의 몸에 닿는 부분이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서는 상위등급을 사용해야 합니다. 인체에 무해하고 포름알데히드 함량이 기준치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건축자재 대부분은 화학성분이 들어있습니다. 그 이유는 건축자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충분한 강성과 내구성, 내마모성 등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본드를 비롯해 원재료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화학재를 첨가해 이러한 부분들을 보완하여 만들어냅니다. 과거에는 건축자재가 가져야 할 필수적인 요소가 기능적인 부분이었다면 근래에는 환경 친화적인 부분까지도 기능의 일부라고 판단하는 인식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래미안 아파트에 들어가는 마감재의 MDF 소재들도 인체에 무해한 E0 등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간에서 사용되는 자재들은 더욱 신경을 써야합니다. 두번째로 대표적인 자재는 페인트입니다. 보통 아파트는 공용 공간들과 각 세대 발코니 부분에 페인트 마감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페인트에서도 중요한 것은 어떤 페인트를 쓰고 있는지에 관한 물음입니다.

페인트는 크게 수성과 유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수성페인트는 물을 섞어 사용하는 페인트입니다. 비교적 냄새가 덜하고 빠르게 건조된다는 장점이 있고 유성페인트보다 독성 물질을 적게 포함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유성페인트는 수성에 비해 가격은 좀 더 저렴하나 냄새가 많이 나고 건조 시간이 조금 더 걸립니다. 하지만 물에 강하고 수명이 긴 장점이 있습니다. 이 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페인트는 수성페인트입니다. 그 이유는 수성페인트 계열에서 친환경 페인트가 출시되어 유성페인트보다 훨씬 친환경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꼭 친환경 자재를 쓰지 않아도 환기시스템을 통해 자재가 뿜어내는 화학성분들을 정화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요즘 아파트에서도 쓰고 있는 자동환기 시스템인데, 실내 공기중의 화학물질이나 이산화탄소 농도에 따라 자동으로 환기를 진행하는 시스템입니다. 창문을 열지 않아도 열교환 방식으로 환기를 하며 창문으로 환기를 했을 때 들어오는 미세먼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요즘은 아파트 뿐만 아니라 주택에서도 많이 쓰이며, 보급 초기에 비해 가격도 많이 저렴해졌습니다.

앞서 살펴본 MDF나 페인트 이외에도 마루나 벽지 등, 이미 많은 부분에서 친환경 건축 자재들이 사용되어지고 있습니다. 초기 비용은 기존 자재보다 저렴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생활하는데 있어서 좀 더 쾌적하고 건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또 미래의 환경을 위해서 한 번 더 고민하여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 글, 사진 제공: 포머티브 건축_고영성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