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스타일을 조율하는 시간, 가을

계절이 바뀌면 해가 머무는 시간과 빛의 각도가 달라집니다. 봄부터 여름까진 점점 일조량이 점점 많아지고, 가을부터 겨울까진 점점 적어집니다. 가을이 지나면 곧 주로 실내에서 지내는 겨울이 옵니다. 가을은 미리 라이프 스타일을 조율하기 좋은 시간이에요.

해마다 이맘때면 이케아에선 새로운 카탈로그가 나옵니다. 얇은 종이를 착착 넘기며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올해부턴 종이 카탈로그도, 웹 카탈로그도 제작하지 않는다는 소식입니다. 20년 전부터 해 오던 가을맞이 의식이 사라져 조금 서운했지만 나무를 생각하면 반가운 소식이기도 합니다. 종이를 만들려면 멀쩡한 나무를 베어야 하니까요.

나무도 겨울을 준비합니다. 요즘 산의 나무들이 초록색에서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바꾸기 시작했고, 잎이 떨어져 가지 사이로 새파란 가을 하늘이 보입니다. 곧 새빨갛게, 샛노랗게 숨 막히게 아름다운 단풍을 보여줄 것입니다. 추워지면 수분도 부족하고, 햇빛도 부족해져 나무는 잎에 영양소와 수분을 공급할 수 없어요. 나무는 잎의 잎자루와 가지가 붙어 있는 부분에 떨켜를 만들어 잎을 떨어뜨리는데, 바로 그게 낙엽입니다.

여름의 선명한 초록이 그리워지는 가을엔 실내에 관엽 식물을 더 들이게 됩니다. 올핸 시페루스 열 포트를 구입해 키우고 있는 고양이 별이를 위한 작은 정원을 만들어 주었어요. 시페루스는 벼과의 식물로 물과 해를 좋아해 남향 창가에 두고 키우면 잘 자랍니다. 반려동물에게 안전한 식물이라 먹어도 좋고요.

강연이나 교육을 하러 가면 식물을 키우고 싶은데 키울 곳이 없어 못 키운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실내 공간은 절대적인 면적과 상관없이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100평에 사는 사람도, 원룸에 사는 사람도 같은 말을 하니까요. 그럴 땐 벽 공간을 적극 활용해 보세요. 천정 몰딩에 액자 레일을 달고 식물을 걸어 '행잉 플랜트'로 키워도 좋고, 못 박는 것에 저항을 느낀다면 사다리 형 책꽂이나 행거 같은 작은 가구를 활용해 바닥 면적은 적게 사용하고 높게 올려 키우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케아의 철제 테이블 GLADOM은 트레이처럼 턱이 있어 식물을 올려두고 키우기 좋아요. 화분을 올리고 물을 주어도 밖으로 흐르지 않아 관리가 편리합니다.

모아 심기 좋은 공기정화식물

실내에서 공기 정화의 효과를 누리려면 식물이 많을수록 좋습니다. 나무를 심을 때 초화류나 지피 식물을 함께 심어 주면 조금이라도 더 많이 키울 수 있고, 식물의 생육은 물론 사람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식물의 인문학⟫에 따르면 건강한 숲은 4층 이상이라고 해요. 뿌리도 흙 속에서 4층이 생깁니다. 뿌리의 종류가 다양해지면 흙 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종류도 다양해집니다. 미생물이 분해하는 오염 물질도 다양해지고, 호흡을 통해 뿜어내는 화학물질이 생명체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실내 식물을 한 화분에 모아 함께 심어 줄 땐 물 주기의 주기가 같은지 확인해야 합니다. 주기가 같으면 생존 확률이 높아집니다.

뱅갈 고무나무와 호야를 한꺼번에 심어 보세요. 두 식물 모두 실내는 바람이 없기 때문에 흙이 잘 마르지 않아 물을 이렇게 적게 주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끔 주며 키울 수 있는 식물입니다. 뱅갈 고무나무의 잎은 연둣빛을 띄고, 호야는 바닐라 색과 초록색의 무늬가 있어 여러 가지 색을 즐길 수 있습니다. 두 나무의 잎이 모두 유선형이라 함께 심었을 때 잘 어울립니다.

호야는 12시간 동안 해가 드는 곳에서 키우면 꽃을 피우는데, 한 번 꽃을 피우면 꽃을 계속 볼 수 있습니다. 실내에서 꽃을 볼 수 있는 귀한 식물이에요. 분홍색 별 모양 꽃이 너무 예쁜 식물인데요. 초콜릿 향이 느껴져요. 호야는 덩굴 식물이라 뱅갈 고무나무를 지지대 삼아 자랍니다. 모든 덩굴식물은 굴촉성을 가지고 있어 어딘가에 닿으면 타고 오르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식물에 물을 주는 걸 번거롭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식물에 물을 줄 때 소리를 가만히 들어보세요. 흙에 물이 스며 드는 소리, 식물이 꼴깍꼴깍 물을 마시는 소리, 화분에서 물 받침에 떨어지는 소리 등등 잠깐 사이에도 다양한 소리를 느낄 수 있어요. 물 주는 순간은 감각을 깨우는 활동이 됩니다. 똑똑 소리를 듣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자꾸 물을 주고 싶어지기도 해요.

그럴 땐 행운목과 고사리를 함께 심어 보세요. 두 식물 모두 물을 좋아하는 식물입니다. 고사리는 정말 잘 자라요. 키워보면 고사리가 왜 고생대부터 지금까지 생존했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두 식물 모두 바깥쪽으로 퍼지며 자라 부피가 큰 편이니 넉넉한 공간을 확보해 주세요.

기온이 떨어지며 미세먼지가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공기정화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몸과 마음과 생각의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긴 겨울을 준비하는 라이프 스타일 조율에 식물 키우기를 꼭 넣어보세요.

※ 글, 사진 제공: 초록생활_정재경 대표